저는 택시보다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편입니다. 택시는 아주 급할 때나 버스가 없을 때 아니면 잘 안 타는 편이지요.
- 검찰청? 경찰청?
퇴근 후, 주변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시내에 나갔습니다. 그날은 회사와 지인들이 준 추석선물들 때문에 양 손에는 짐이 하나 가득이었지요. 이 짐을 모두 가지고 버스를 타기는 너무 버거웠습니다. 마침 검찰청 바로 옆쪽에 사는 지인을 만나서 선물도 전달할 겸 해서 택시를 잡아탔습니다.
“기사님, 검찰청으로 가 주시겠어요?”
“네~”
저는 택시를 타면 지갑을 열어 돈을 미리 꺼내 놓곤 합니다. 그날도 짐을 의자 위에 놓은 후, 지갑에서 돈을 꺼내려 하는데, 이런! 지갑에는 달랑 4천 원 밖에 없었습니다. 어라? 아까 분명 만 원짜리가 한 장 있었는데? 이놈의 덜렁거리는 몹쓸 성격! 어디에다 또 빠뜨렸나 봅니다. 그래도 검찰청까지는 4천원이면 충분히 가니까 우선은 다행이네요.
택시타면 자주 느끼는 거지만, 동일한 장소에 가더라도 기사분에 따라 선택하는 경로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오늘 탄 택시 기사 분은 평상시 탔던 택시와는 많이 다른 방향으로 가네요. 그래도 어차피 검찰청 쪽으로 가는 길이니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좀 전까지는 검찰청 쪽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점점 거기서 벗어나고 있는 겁니다.
“어? 기사님? 왜 이리로 가세요?
“왜요? 이 길로 가는 거 맞아요.”
“어, 기사님.. 이 길로 가도 검찰청이 나와요?”
“네? 어디라구요? 검찰청요? 경찰청 간다고 안 했어요?”
“아뇨, 검찰청인데요.ㅜㅜ 제가 발음이 이상했나 봐요.”
“아 그래요? 이런 잘못 들었나 보군요. 그럼 여기서 돌려야겠다.”
- 부족한 택시비.. 이걸 어떡하지?
그나마 더 가지 않고 차를 돌려서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생겼으니, 그건 바로 택시비였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것을 알았을 때 택시비는 이미 3천 원을 훌쩍 넘기고 있었거든요. 여기서 길을 돌리더라도 검찰청까지는 4천 원이 훨씬 넘을 터였습니다. 하지만 제 지갑에 있는 건 겨우 4천 원 뿐. 입이 바짝 말랐습니다.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4천 원이 되기 전에 근처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버스를 타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기사님. 저쪽 버스정류장에서 세워 주세요.”
“아니 왜요? 검찰청 간다면서요?”
“아뇨, 그게... 그냥 내려주세요.”
“왜요?”
다른 분 같았으면 그냥 내려주셨을 텐데, 이분은 무슨 이유 때문이냐고 계속 물어보시더라구요. 검찰청을 경찰청으로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을까요?(사실 제가 요새 치과 치료를 받고 있어서, 발음이 좀 새긴 했습니다..^^;;) 전 어물쩡거리다가 그냥 사실대로 말씀드렸죠.
“아.. 저 사실 택시비가 좀 부족해서요.”
“아 난 또 뭐라고. 됐어요. 내가 잘못 들은 건데요. 그냥 가요.^^”
“아녜요~ 제가 발음이 이상해서 그런 건데요. 괜찮은데.”
“내가 맘이 불편해서 그래요. 그냥 가자구요~”
기사분은 쾌활하게 말씀하시고 검찰청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기도 했지만, 죄송하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기저기 다 어렵다지만, 택시기사 분들도 어렵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다행히 거리는 한산해서 검찰청엔 금방 도착했지만, 택시비는 6천 원 이상이 나왔습니다. 지갑에 있던 4천 원만 드렸지요.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감사합니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아니예요~ 조심히 가세요~”
마지막까지 무척 친절하고 안전하게 저를 목적지에 데려다 주시고 그 기사 분은 차를 돌리셨습니다. 어찌나 죄송하던지. 그리고 또 어찌나 감사하던지. 참으로 마음 따뜻한 기사 분을 만나 무사히 검찰청에 도착했네요. 지인에게 선물도 잘 전달했구요. 부족한 택시비를 훈훈함으로 채워주신 그 기사 분, 연휴 잘 보내셨을라나 모르겠네요. 지인 만나고 집에 돌아가는 버스, 양손에 들려 있는 짐 때문에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만은 참으로 가벼운 하루였답니다.
이번 주부터는 정말 쌀쌀하네요. 낮엔 참 햇볕이 따뜻하지만.. 정말 가을입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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