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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3 머리를 잘라야만 했던 사연과 짧은 머리 때문에 받았던 오해들 by 쏠트[S.S] (166)

  지금의 제 헤어스타일은 짧은 단발입니다. 단발로 자른 지는 얼마 안 되었구요. 거의 6년 동안이나 긴 파마머리를 고수해 왔었답니다. 과거 학창시절 저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제가 8년 동안이나 짧은 상고머리를 하고 있었단 이야기를 들으면 깜짝 놀랍니다. 완전히 남자 머리 스타일이었으니까요. 사진을 보여줘야 겨우 믿더군요. 왜 저는 머리를 그렇게 짧게 자를 수밖에 없었을까요?


- “머리 짧게 안 자르면 껌에다가 유리 섞어서 씹게 해 줄 거야!!”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제 초등학교 시절의 전성기였습니다. 친한 친구들의 지지와 선생님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나날이 승승장구하던 제게 그런 시련이 닥쳐올 줄은 정말 몰랐지요. 당시 저는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예쁘게 묶고 다녔었는데(머리만 이뻤어요. 머리만.^^), 6학년 선배들 눈에는 그게 참 꼴사납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껌 좀 씹고, 침 좀 뱉을 줄 안다는 6학년 선배 몇 명이 각 반마다 돌아다니면서 친구들을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야!! 너네 여자얘들!! 낼부터 머리 짧게 자르고 와. 옷도 체육복만 입고 학교 와. 교문에서 검사할 거야. 안 그럼 혼나! 니네 껌에다가 유리 섞은 거 씹어 봤어?? 그거 씹게 해 줄테니! 중학교 언니, 오빠들이 와서 가만 안 둔댔거든? 선생님이나 엄마, 아빠한테 말만 해봐 아주.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이런 말을 내뱉던 여자 선배 한명하고 눈이 따악 마주쳤을 때, 어찌나 소름이 끼치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는 일이지만, 당시 여자 친구들은 모두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답니다. 중학생들까지 대동을 한다니 어찌 겁이 안 날까요. 그 선배의 말대로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일러바칠 엄두도 내질 못했죠.

  날라리 선배들이 돌아간 뒤, 교실은 친구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찼습니다.

  “어떡하면 좋아. 난 머리 자르기 싫어!!!”

  “어떻게 맨날 체육복만 입고 다녀!!”

  “그래도 어떡해. 유리를 씹히겠다잖아.ㅜㅜ”


- 결국 머리 잘랐더니...

  저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이 일을 어떻게 하나 고민을 했지만 도통 답이 나오질 않더군요.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일 끝나고 돌아오신 엄마에게 대뜸 머리를 잘라 달라고 했지요.

  “갑자기 왜? 자르자고 해도 안 자르더니?”

  “그냥, 그냥 자를래. 무조건 자를래. 잘라줘!!! 응?응?”

엄마는 그렇잖아도 너무 긴 머리 거추장스러웠는데 잘 됐다며 가위를 가지고 오셔서 제 머리를 싹둑 자르시더군요. 허리까지 오던 긴 머리가 잘려 나가는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답니다. 댕강 잘려진 머리. 미용사가 아닌 엄마가 잘랐으니 모양은 오죽 했을까요. 며칠 뒤에 미용실 가서 다시 다듬긴 했지만, 그 다음날은 엄마가 잘라주신 그대로 학교를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날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 갔습니다. 놀랍게도 같은 반 대다수의 친구들이 체육복을 입고 왔고, 머리를 짧게 잘랐더군요. 물론 그 중에서도 예쁘게 옷 입고, 긴 머리 그대로인 간 큰 친구들도 있었지만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를 협박했던 그 선배들은 어떤 용감한 학생의 신고(?)로 선생님들에게 걸려 무지막지하게 혼나고, 저희들은 체육복이 아닌 평상복을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괜히 머리 잘라버린 사람들만 우스워진 결과가 됐지요. 아, 지금 생각해도 그 머리 너무 아깝습니다. 어째서 그때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바로 머리를 잘라 달라고 했을까요. 너무 순진했어요. 그런데 참 우습죠? 그때 이후로 짧은 머리가 맘에 들어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머리를 기르지 않았답니다. 오히려 처음에 머리를 잘랐을 때보다도 더 짧은 상고머리를 고수했지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애자' 중 한 장면>



- 짧은 머리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

  처음 머리를 자른 이후, 제 머리는 날이 갈수록 짧아졌답니다. 하루는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여자 선생님 한분이 제 뒷모습을 보시고 깜짝 놀라시는 겁니다.

  “너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면 어떡하니!!”

제가 고개를 돌리며 선생님을 바라보자, 그제서야 여잔 줄 아시더라구요. 어찌나 황당하던지. 선생님은 괜히 남자로 오해했던 게 미안하셨던지 짧은 머리가 참 잘 어울린다면서, 남자로 태어났더라도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 무척 많았을 것 같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해 주시더군요. 그 이후로 너 같은 얘가 남자친구였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말을 유독 많이 들어야만 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였는데, 평상시보다 더 짧게 머리를 자르고, 학교에 갔습니다. 스포츠머리에 도달하기 바로 전 상태의 ‘짧은 머리였죠. 음악시간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제 머리를 탁탁 치시면서

  “야! 너 군대가냐? 머리를 왜 이렇게 짧게 잘랐어? 지금 너 나한테 반항하는거야?”

라고 짜증을 내시더군요. 물론 반 아이들은 엄청 웃어댔지요. 평상시에도 짧은 머리였긴 했는데, 그날은 유난히 머리가 짧게 잘려서 아마 더욱 남자 같이 보였을 겁니다. 평상시에 선생님에 대한 불만이 많았던 저를 곱지 않게 보셨던 탓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렇게도 짧은 머리를 고수했었답니다.


- 지금 나는..

  오랜 커트 머리에 질린 저는 대학에 올라가자마자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단발인 상태에서 머리를 기를 때도 자꾸 잘라버리게 된다는데, 저는 오죽했겠습니까. 커트인 상태에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으니, 다듬어도 참으로 지저분하더군요. 그래도 결국 머리를 기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머리가 짧았던 날에 대한 한풀이를 하듯이 머리를 지지고 볶고, 난리법석을 떨었지요.

  몇 달 전쯤, 그동안 길었던 머리를 자르고 어깨 위 단발로 헤어스타일을 바꿨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개인적인 일로 기분이 매우 안 좋아, 헤어스타일을 바꿔보자는 생각에 단발로 싹둑 잘랐더니, 주변 사람들이 다들 몽실이 같다면서 놀려대더군요. 역시 기분따라 마구 머리를 자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가끔 학창시절, 짧았던 머리가 그립기도 합니다. 때로 다시 확 잘라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긴 하지만 아마 지금 그런 머리를 하면 분명 후회할 것 같네요.^^ 저도 이제는 더 이상 남자로 오해받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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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쏠트[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