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거칠 황, 날 일, 달 월~”

세 살배기 조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아버지께서 낭랑한 목소리로 천자문을 외우십니다. 머리가 희끗희끗,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아버지의 젊음도 시간의 흐름에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지금은 조금 덜하시지만, 어릴 적 기억에 아버지는 참으로 엄한 분이셨습니다. 조그마한 잘못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으셨죠. 신의 성실과 청렴, 강직함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오신 아버지는 저와 동생에게도 이러한 것을 요구하셨답니다.




- 풍선 껌 한 개, 포도 한 알 훔치고 벌 받았던 기억

  제가8살 때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잠깐 살았었는데, 이사간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무척 심심했었던 모양입니다. 집 근처 슈퍼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슈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풍선껌이 보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껌 한 개를 집어 주머니에 몰래 넣고 밖으로 나오는데, 슈퍼 밖 진열대에 있던 탐스러운 포도송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던지요. 주인 아주머니는 저를 전혀 신경쓰고 있지 않은 듯 했습니다. 눈치를 보며 포도 한 알 떼어서 입에 넣었는데 그만 들키고 말았습니다. 곧바로 쫓아 나오더니 저더러 ‘도둑’이라고 화를 내셨습니다. 아까 껌 훔치는 것도 봤다고 하시면서. 제가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주머니는 저를 앞장세워 곧장 저희 집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슈퍼 주인에게 거듭거듭 사과하셨고, 전 저녁에 집에 들어오신 아버지께 엄청 맞고 문 밖으로 쫓겨나 꽤 긴 시간 손을 들고 벌을 섰답니다. 그 뒤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짓은 저에게 상상도 못할 일이 되었답니다.


- 동생, 아버지의 저금통을 털다.

  저와 제 동생이 중학교에 재학 중이었을 때입니다. 당시는 매일매일 필요한 돈을 타서 썼기 때문에 용돈을 모아서 무엇을 한다는 개념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동생은 늘 풍족했습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사 먹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샀습니다. 대체 무슨 돈으로 저럴 수 있나 궁금했지만, 그때까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답니다.

  아버지는 동전이 생기면 안방에 있는 작은 플라스틱 저금통에 저금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저와 동생에게 저금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며 돈의 중요함을 알리셨지요. 저금통은 유리 테이프로 꽁꽁 싸매져 있었고 저와 동생은 아버지께서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시는 모습을 늘 지켜보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동안 모아 두었던 저금통을 열어 은행에 예금시키려던 아버지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저금통 밑바닥에 작은 공간이 생겨 있었고, 돈을 빼낸 흔적이 있었습니다. 당장 저희 둘을 부르신 아버지는 저금통을 보여주시며, 사실대로 털어 놓으라고 엄포를 놓으셨습니다. 너무 엄한 아버지의 표정에 동생은 그만 자신이 저금통을 털었다고 실토를 하였습니다. 그 돈을 어디에 썼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동생은 맛있는 걸 사 먹고 친구들과 노는데 썼다고 대답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저희들에게 청렴과 강직함을 가르치셨던 아버지는 꽤나 충격을 받으신 얼굴이었습니다. 한동안 아무 말씀 없으시더니 조용히 안방에 들어가셔서 참나무로 만든 방망이를 들고 나오셨습니다.

  “내가 너를 잘못 키운 탓이다. 자, 이것으로 내 종아리를 때려라.”

아버지는 바지를 걷어 올리시고, 동생 앞에 섰습니다. 저희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실 겁니다. 저와 동생은 울면서 서로 자신이 맞겠다고 했습니다. 잘못했다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지만, 아버지는 화를 내지 않으시고 계속 때리라고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동생은 울면서 아버지의 종아리에 방망이를 가져다 대기 시작했답니다.

  “더 세게 때려, 더!!”

  “엉엉, 아빠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엉엉.”

한참이 지났습니다. 철없는 동생이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아버지의 다리는 파랗게 멍이 들었습니다.

  “아빠,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끝없이 눈물 흘리는 저와 동생 모습에 아버지는 저희들을 따뜻하게 안아 주셨습니다. 다신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 후 동생 또한 다른 사람 물건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아버지처럼 동전이 생기기만 하면 저금하는 습관을 들여, 꽤 많은 돈을 모으기도 하였답니다.


- 에필로그

  아버지는 오늘도 조카를 무릎에 앉히고 천자문을 외우십니다.

  “00야~ 항상 올바르게 살거라.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거라.”

아무것도 모를 세 살짜리 조카는 그저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즐거운 듯 웃기만 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어릴 적 도둑질로 배웠던 뼈 아픈 교훈을 되새깁니다.

아버지! 아버지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바르게 자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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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쏠트[S.S]